부상을 당했을때 최우선적인 요소.



최근 입은 신선한 부상이다.



지금껏 나는 이라크와 시리아,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왔다. 적의 총탄, 수류탄, IED, 박격포, 드론, 기타 등등. 그 부상들을 입으면서 배운것은 부상의 종류, 상황에 따라 의학적, 전술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심리적 요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는 것이다.


  1. 시간은 있다, 침착해라.


나와 함께했던 이들중엔 총탄에 뒤통수가 터져도 살아남은 이도 있었고, 탱크 포탄에 머리가 파여도 살아남은 자도 있었다. 팔이 잘리고 흉곽이 박살난 뒤, 다음날 구조 됐음에도 생존한 경우도 있었다. 이라크에선 배가 터져서 내장을 다 쏟았는데도 두 시간동안 살아있었던 다이쉬도 있었다. 물론 단발에 허망히 죽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중상을 입었음에도 살아남을 기회가 있는 경우도 흔하다. 부상을 당하면 통증은 나중에 오는 것이고 일단 뭔가 강하게 친다는 느낌이 먼저다. 뭔가가 강하게 쳤다 라는 느낌을 받았으면 그 부위에서 당장 피가 보이지 않아도 그건 맞은거다. 곧 피가 흐르기 시작할거다. 통증도 시작된다. 처음 맞자마자 바로 피가 뿜는 경우는 적다. 팔다리가 터져도 먼저 잘린뒤에 피가 흐르기도 하니까. 하여튼 중요한건 맞았으면 맞은거다 침착하게 평소 훈련한대로 행동하면 그만이다.


  1. 느껴지는대로 믿지 마라.


경상부터 중상까지 지금껏 겪었던 모든 부상의 공통점은 내가 느끼는 것 보다 실제론 덜 다쳤거나, 혹은 더 다쳤었다는 것이다. 박격포에 다리가 박살 났었을 때조차 난 내 허벅지만 다친줄 알았지 발까지 너덜너덜 됐던것은 전혀 느끼지 못했었다. 괜히 보병 메뉴얼, TCCC 메뉴얼에서 부상은 직접 눈과 손으로 다 확인 해야한다고 되어 있는게 아니다. 물론 너의 상황에 따라 즉시 제대로 확인하기 힘들 수 도있다. 나도 대부분의 상황에서 부상당한체로 계속 교전을 이어가거나 다른 무언가를 급하게 해야했다. 그런데 신병들은 부상을 당하고, 동시에 그럼에도 계속 싸우거나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압박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래서 그냥 자신의 감각만을 믿고 제대로된 확인 절차없이 대강 느껴지는 대로 응급처치를 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넌 반드시 부상에 대한 확실한 확인 절차를 취해야 한다. 그냥 느껴지는대로 조치를 했을때 크게 일이 잘 못 될 수 있음을 명심해라.


  1. 포기하지 마라.


올해 포크로브스크 전선에서 나의 부대가 공격작전을 진행 중 신병들 몇명이 고립된 상황이 생긴적이 있었다. 신병들은 적과의 교전에서 전부 부상을 당한 상황이었고 적은 신경 가스와 티어 가스를 사용했다. 무엇보다 고참병들이 그들을 도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신병들은 절망했다. 곧 그들은 재정신이 아니게 되었고 모든걸 포기하려 하였다. 난 CP에서 지휘중이었는데 경험상 그들에게 뭐가 필요한지를 알았기에 즉시 무전기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살고 싶으면 푸씨처럼 굴지마라! 닥치고 QRF가 갈때까지 싸워!”


그들은 가스에 중독되고 모두 부상을 입었음에도 다음날 까지 적을 공격을 막아내며 버텼고 구조되었다. 나에게 욕을 먹었던 병사는 돌아와 말했다 그때 그 무전이 다시 자신의 스위치를 켜줬고 살아돌아올 수 있었다고.


적에게 목숨을 구걸해 봐야 그들은 널 살려주지 않는다. 전투란 다치고 지쳤다고 중간에 쉴수있는게 아니다. 너와 팀원들이 부상 당했다면 적들은 더 기세를 올려 널 몰아붙이고 잔인하게 죽인다. 그게 전투다. 어떤 부상을 입었든 끝까지 적을 찢어죽일 기세를 가지고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전투란 본래 위험한일이다. 위험을 감수 해야만 적을 이길수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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