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 1
2019년 시리아
(시리아 북동부 데릭, 우리가 사용하던 거점에서 바라본 풍경.)
1월의 시리아 북부는 아름다웠다. 산마다 눈이 내려앉았고 그 보다 낮은 곳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 푸른풀이 사방에서 젖은체 풀내음을 만들어냈다. 사막에서 주둔하다 북쪽으로 올라온 우리에겐 그 광경을 보고있는것 만으로도 선물이었다.
하지만 우린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고자 하였다. 모두가 다이쉬의 마지막 점령지를 탈환하는 작전에 참가하고 싶어했으니까. 다이쉬는 남부 시리아와 이라크의 접경 도시인 하진에서 항전중이었다. 언론에는 데라 조르라고들 많이 알려졌었지만 우린 항상 하진이라고 불렀었다. 평소라면 특별할것은 없었을것이다. 전투는 항상 해오던 일이니까 하지만 시리아에서 마지막 작전이 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번 작전뒤 시리아의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 그리고 다음 전쟁터는 어디가 될지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준비를 했었다.
(7.62mm AKM 소총에 13 탄창, 6발의 수류탄, 칼 두자루를 챙겼었다.)
무장 자체가 특별할 것 은 없었다. 공격 작전때 마다 통상적으로 장비하는 내용이 정해져 있었으니까. 탄은 항상 상태좋은 철갑탄만을 골라 챙겨 갔었다. 탄 들은 기름칠이 잔뜩 되어있었기 때문에 쓸만한 탄을 골라 모으고 기름을 잘 닦아 낸 뒤 삽탄 했다. 나를 포함한 6명이 투입 되었고 팀에선 나와 미해병대 출신으로 아프린 전선 경험이 있던 멤버만이 경력자이었다. 우린 쿠르드인 부대가 아닌 아랍 카사데(QSD)와 함께 작전 할 것이었기에 팀원중에는 아랍어를 구사하는 이탈리아인도 끼여있었다.
(작전지로 이동 중 휴식. 한번씩 이렇게 차를 세우면 그 짧은 시간에도 카사데 병사들은 기도를 하고 차를 끓여 마셨었다.)
(중간 이동 거점. 이곳 저곳에서 온 카사데 병력들이 저곳에서 차를 갈아타거나 휴식을 취하였었다. 좌측에는 기차 선로가 깔려있었는데 원래 철로를 이용한 물자 수송에 사용된 시설 같았다.)
나에게는 두 번째 하진에서의 작전이었다. 첫 번째 하진 작전은 여름이었다. 하진은 사막이었지만 겨울이 되니 하진도 비가 많이 왔고 밤부터 아침은 많이 추웠다. 경력자들은 처음부터 고어텍스 자켓과 부츠등을 챙겨 갔지만 중동 경험이 없던 자들은 시리아에 눈, 비가 오겠어?라는 생각에 고어텍스 부츠는 커녕 고어텍스 자켓도 챙겨오지 않았고 덕분에 고생을 많이 했었다.
(2018년 여름 작전 당시 잠시 머물렀던 하진 전선의 베이스. 저때도 일부 지휘관 및 병력들을 제외하곤 현지인 부대원들은 대부분 아랍 카세데였었고 미 육군 특전대, 해병대와 해군 병력이 그들을 지원했었다.)
(2019년 미 육군 특전대가 하진 전선에서 사용하던 베이스. 옥상에는 관측 장비와 대전차 로켓이 설치되어 있었고 현지 지휘부와 함께 사용하는 사무실이 있었다. 그들은 저 곳에서 JSOC, 현지군과 소통하며 작전을 지원했었고 미 해병대 인원들도 많이 들락거렸다. 나이 어린 해병대 병사들은 특전대 인원들을 어려워 했었지만 특전대 병력들은 그들에겐 관심도 없었다.)
하진에 도착한뒤 현지 지휘관들과 미팅을 한 후 우린 작전에 참가 하였다. 전체 전선중 우리팀이 신경 써야하는 전선은 2Km 정도로 주공은 아랍 카사데 보병들이었고 쿠르드 지원부대와 미군 소속 포병 부대, 항공지원이 있었다. 그린베레와 JSOC, 영국 SAS도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다이쉬들은 미군들 보다는 SAS를 더 무서워하였다. 미군들은 작전 지휘/화력 지원을 할뿐 직접 타격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SAS는 직접타격을 하고 있었고 그들은 아군이 아니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 죽이고 다녔다. SAS는 아군들에게도 악명이 높았는데 미군들은 큰 의미의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고 그렇기 위해선 쿠르드든 아랍이든 프랜들리한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SAS는 그럴 이유가 없으니 현지인들을 좋게 대하지 않았다. 하여튼 다이쉬들에게 희망은 없어보였다. 여름에는 하진 포켓 밖으로 많은 땅굴이 파여져 있었고 다이쉬들은 그것을 통해 보급과 교란 작전이 수행할 수 있었지만 포위는 더 견고해졌고 외부로 연결된 땅굴들도 대부분 파괴되었었다. 우린 매일 전투를 벌이며 적들을 몰아붙였다. 보통 낮 동안은 건물들을 엄폐물로 삼아 도로와 골목을 두고 적들과 전투를 벌이고 밤중에 전진하여 건물들을 점거해 나아갔다. 다이쉬들과 건물 외부와 입구정도에서 싸우는건 흔했지만 건물 안에까지 들어가 근접전을 벌이는 경우는 비교적 드믈었다, 걔들도 바보는 아니니까. 그렇게 싸우다보면 어느새 휴식을 취할 시점이 됐었는데 IED때문에 휴식할 건물을 고르고 정리하는데는 항상 조심히 했지만 틸리밤으로 건물을 청소할때쯤엔 다들 “오늘 하루도 끝이다”라는 말을 했었다. 거의 매일을 밀어내고 점거하고, 점거하고 밀어내기를 반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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